곽경훈 지음,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후기
코로나 19 이후로 6개월만에 방문한 도서관에서 신간 에세이 코너에서 발견한 책이다.
에세이는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누군가의 삶이 녹아 있어서 진정성있고 재밌기 때문에 자주 읽는 편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의사 중에 요즘은 응급의학과 의사도 많다.
그들의 삶이 궁금했고 표지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쪽팔린 게 죽기보다 싫은' 그래서 골랐다.
의사이야기라 당연히 의학 용어와 병명이 많이 등장하며, 그 질환을 잘 설명해줘서 문장은 꽤나 긴편이다.
그래도 일주일동안 자기 전에 꾸준히 다 읽었다.
"쪽팔린 게 죽기보다 싫은 어느 응급실 레지던트의 삐딱한 생존 설명서"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장르: 에세이
작가: 곽경훈
○ 책소개
‘끄트머리 3등’의 의과대학 성적.
어쩔 수 없이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출발하였지만, 자존심마저 버리고 대형병원의 부속품처럼 살 순 없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목적은 간데없고, 병원에서 누리는 조그마한 권력을 두고 ‘정치적인 싸움’에 골몰하는 대학병원 교수들.
하지만 그들에 맞서는 우리의 주인공 역시 ‘정의로운 영웅’은 아니다.
질 싸움은 피해 가며 기회가 오면 주먹질도 서슴지 않는, 골 때리는 의사의 좌충우돌 분투기.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는 환자들은 모를, 그리고 의사들은 쉬쉬할 날것 그대로의 병원 이야기이다.
○ 목차
프롤로그 - 그렇게 응급의학과 레지던트가 되었다
1년차 - 그들만의 의사 놀이
· 미니무스 교수의 아침 회진
· 징계위원회의 추억
· 수상한 전원 문의
· 응급의학과 주제에?
· 우리 임상과 문제가 아닙니다
2년차 - 곽경훈이 문제네
· 패혈증 쇼크 정복기
· 달라질 것은 없었다
· 우두머리 없는 병사의 서러움
· 진공관 교수의 등장
· 교수님 길들이기
· 병원에 아는 사람 있습니까?
3년차 - 소름 끼치는 현실주의
· 누구의 책임인가
· 전염병의 시대
· 최악의 모욕
· 데자뷰
· 자네는 왜 그렇게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나?
· 마녀 교수
4년차 - 의국장이 되었지만
· 자네가 수고 좀 하게
· 해피엔딩
· 썩은 고기의 냄새
·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소시지 굽는 방법
· 초음파 악당
에필로그 - 괴물의 뱃속에서 살아남는 방법
이 이야기는 2008년 3월 응급의학고 레지던트 1년차 생활부터 시작된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1년차부터 4년차까지의 경험담을 엮어낸 이야기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를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이래도 되나? 싶지만 써도 되니까 작가가 알아서 썼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목차만 읽어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술술 읽히는 책이다.
읽으면서 소름끼치고 욕이 나오는 구간이 존재한다.
이게 대학병원의 현실인가? 다른 병원도 다 이런걸까? 이런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아침 보고 시간에만 응급실에 등장하는 미니무스 교수를 보고 윗대가리가 이렇게 물이 흐려도 되나 싶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과의 레지던트나 교수들도 서로 책임을 떠밀고 환자를 본인과로 데려가지 않으려고 서로 미루는 인간적이고 이기적인 면모에 역시 현실은 이렇구나 싶었다.
레지던트 1년차에 내과 레지던트2년차에게 주먹질을 할 정도로 성격있고 뚝심있는 주인공은 응급실에서 겪었던 비상식적이고 속 답답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파서 간 응급실인데 책 속에 등장했던 환자들은 거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결국 사망하게 되는 결론이 나와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책을 잃다가 처음으로 탄식하는 부분은 레지던트 1년차 [우리 임상과 문제가 아닙니다.]부분이다.
응급실에 눈물도 나오지 않으면서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시늉을하는 중년 남성의 등장에서 시작된다.
그의 어머니는 음독으로 응급실에 실려져 왔는데 이유가 소름끼쳤다.
중년의 남성이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하며 말다툼 중 자살을 할거라면서 약통의 약을 먹는 시늉을 했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화가나 약통안의 수십알의 약을 먹었다고 한다.
바로 응급실에 실려온 것도 아니고 시간이 경과된 후였고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환자에게서는 심전도 이상이 있으며, 흡인성 폐렴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응급실에 호출된 타과 의사들은 모두 거절한다.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신경과 레지던트 등 결론은 동일했다. '우리 임상과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환자는 응급실에 머물렀고 그 다음날에 사망했다.
우리 임상과 문제가 아니라며 환자를 안 맡으려는 부분은 이제 4년차 내용까지 계속 나오게 된다.
답답하다.
모두들 본인이 책임지지 않으려하고 모르쇠, 무관심 등등 여러 조직에서 보이는 사회구성원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싫었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다루는 직업군인데도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부정하고 싶다.
이외에도 7개월 임산부 등등의 이야기로 내 가슴이 턱턱 막히는 사례가 등장한다.
이런 열불나는 사건들을 나열함으로써 오히려 책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욕하면서 읽는 심리랄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환상을 가지게 되고, tv나 다른 매체에서 항상 환자에게 진심이고 열정적이고 헌신하는 꾸며진 가짜의사의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가, 책 속에 나타나는 진짜 의사의 모습은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신기했고 책의 끝까지 쭉 읽게된다.
원래는 독후감을 좀 더 길게 써보고 싶었는데 퇴근하고 피곤해서 자꾸 눈이 감긴다.
이 책의 독후감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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