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동네문학소설상수상작, 조남주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 후기
책: 귀를 기울이면 소개
‘문학동네소설상’의 제17회 수상작
『귀를 기울이면』은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자라고 아둔한 줄로만 알았던 그 아이의 비범한 재능이 발견되는 순간, 고단한 삶을 겨우 이어가던 아이의 부모와, 전성기가 지나 폐업 직전의 프로덕션의 피디와, 고사 직전인 재래시장을 살려보려는 상인회의 총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고군분투한다. 속물적 욕망에 길들어 몸살을 앓는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소시민들의 이 따뜻하고 현실적인 비극은 우리로 하여금 이상한 뭉클함을 자아내게 한다.
시종일관 철저히 다큐적인 서술로 삶의 부조리와 소외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결코 둘러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 물질/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생활 대부분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 어느새 그 자체로 미덕이 되어버린 ‘돈-경제’의 가치…… 이미 이 사회 안에, 우리 안에 익숙하게 자리잡아버린 것이기에, 제 아이를 이용해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보려는 부모의 구차하기까지 한 행동들이나 모든 것들이 숫자로 환원되는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어지러운 세상의 만휘군상, 권태와 습속으로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나가는 현대인들의 악다구니 섞인 노래가 이제 우리들의 무뎌진 귀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제목: 귀를 기울이면
저자: 조남주 작가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 2011년 12월 19일 초판 발행
장르: 한국 장편소설
*2017년 동네문학소설상 수상작
○ 책을 읽고 나서
오늘은 컨디션이 영 꽝이였다.
시험도 시원하게 말아먹고 공부하러 간 도서관은 시끌벅적. 심지어 빈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뭐 어쩌겠는가? 괜히 책장 앞에서 서성거리며 누가 나가는 사람없나 생각하며 하이에나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서성거렸다.
그러다가 한국소설코너에서 발견한 책이다. '귀를 기울이면' 제목은 흔하지만 읽었던 책인가 싶어서 손에 쥐고 서서 몇 장을 읽다가 재밌어서 결국 공부대신 책을 읽었다.
소설을 읽고나면 명쾌하다 혹은 가슴이 후련한 결말이냐 아니냐인데 이 책을 읽고나면 그냥 명치가 콱 눌린듯 답답하다.
치열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아주 촘촘하게 얽혀있다.
세 무리로 나눌 수가 있다.
제 1장에 나오는 김일우 가족. 동네 바보로 불리우는 김일우는 자신의 이름보다 부모에게도 바보라고 불리우는 날이 많으며 동네의 천덕꾸러기 신세이다.
아버지는 사립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했으나 비정규직 법이 개정되면서 결국 갑자기 잘리게 되면서 몇 년간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이 가족의 생계는 나날이 어려워진다. 일우의 엄마-오영미는 남편의 취직자리를 알아보느라, 아들을 미쳐 신경쓰지 못한다. 일우는 그 사이에 점점 더 지능이 낮아지고 바보가 되어만 간다.
아버지-김민구도 딱히 멀쩡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하며 몇 년을 허비하다가 공황장애가 와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은 동네 중국집 배달원으로 취직한다. 아들 일우와 함께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아들 일우의 청력이 남달리 좋은걸 알게된다.
바로 남의집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를 듣고 한 번에 맞추는 것이다.
아버지-김민구는 그렇게 배달갈때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돼지저금통, 현금, 폐물 등을 훔쳐서 집을 전세로 옮기는 쾌거를 이룬다.
제2장에 나오는 세오시장의 세오건어물 정기섭도 멀쩡한 인물은 아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를 다니다가 IMF로 실직하여 아버지의 건어물가게를 물려받아 그냥 시간떼우는용으로 생계걱정보다는 시장번영회의 총무로 술만 마시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러다가 대학 후배 '석'을 만나 바람도 아닌것이 간략한 외도를 하다가 아내에게 들켜 빌고 빌어서 다시 건어물 가게를 살리려고 발버둥을 치는 인물이다.
세오시장은 그냥 작은 동네 전통시장으로 전국에 다 있다는 그 흔한 벽화말고는 특출날게 없는 시장이다.
시장 번영을꿈꾸며 계속해서 노력하는 인물이다.
제3장에 나오는 인물은 네오프로덕션의 대표이자 피디-박상운. 이 인간이 제일 미친놈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의 원흉이라 할 수 있다. 흐름을 잘타 올해의 피디상을 수상하는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송국의 피디였으나 돌연간 사표를 던지고 프리로 활동을 하나 생각보다 불러주는 이가 없어서 '네오프로덕션'을 설립해서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외주제작사업은 거의 문닫기 일보 직전이다. 프로그램이 개편만 맞이하면 다 폐지되기 때문이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나 고민하던차에 세오시장 정기섭과 일을 벌이는데!
작은 동네 전통시장인 세오시장을 살리기 위해 축제를 기획하는 세오상인들. 그들은 '야바위 게임'을 가지고 축제를 열자며 아이디어를 연다. 이렇게 축제를 열어서 방송국에 촬영협조를 요청해서 티비에 많이 노출되어 관광객 혹은 방문객을 늘이려는 목적이였다. 여기에 회사의 생존여부가 달린 박상운 피디가 달려들면서 거의 사기와 조작, 날조에 가깝게 재구성되어 결국 티비 프로그램 편성을 따내게 된다.
돈걸고 하는 사행성인 '야바위 게임'을 -> '세그릇 대회'라는 말장난으로 명칭을 바꾼 후에 방송국에 그럴듯하게 기획안을 포장하여 제작비를 얻어낸다.
하지만 상금을 줄 돈이 없어서 박상운은 세오시장 번영회와 가짜로 세그릇 대회협회라고 가짜 협회까지 만든다.
결국 전국에 생중계 되는 서바이벌 대회로 방송이 되고, 김일우 가족은 일우의 소리 잘 찾는 재능을 살려 집 전세금 5,000만원을 모두 인출해 방송에 참가비를 내고 참여한다.
이로 인해 가족들은 여관방 신세를 지게 되며 일우는 학교도 안가고 그 안에서 하루종일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방송이 시작되고 일우의 반반한 외모와 불우한 가정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일우는 최종 결승전에서 쇼크를 받아 기절하면서 일상의 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된다.
일우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로 인해 방송은 중단되고 어이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면서 전국민에게 욕받이가 되고 만다. 박상운의 회사는 결국 망하고, 세오시장의 정기섭도 피해를 보게 된다.
여기서 다들 정신을 차리는게 아니라 더 미쳐서 안좋은 선택을 한다. 시즌2 시즌3등등을 앞으로 계속할 수 있다며 정기섭과 박상운은 야바위 대회의 전문성을 키워보자며 일을 벌인다. 소설의 결말은 방송 시즌2 제작 발표회에서 일우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되며 일우가 기자석으로 뛰어내리듯이 묘사되며 끝이난다.
서로의 이득을 보기 위해서 어른들에 의해 희생되는 김일우가 안타까웠다. 옳고 그름이 뚜렷하게 나뉘는 소설 인물의 행동들을 보면서 사람이 절박하면 안 좋은 선택을 양심의 가책없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각 인물의 처절한 사연과 살아남으려는 생존본능이 잘 뒤섞여 있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었다. 사기와 날조의 현장을 생생하게 눈 앞에 보는 듯한 묘사가 인상깊었다. 오늘도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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